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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ies

상처에 대하여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었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 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가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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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

I.
사랑은
말 하지 않는 말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 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II.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 버리고
그 별이 시키는대로
세상 양끝이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김남조 1985